방글라에 사는 이야기

다카는 우기일까?

청호 하우스 2012. 7. 20. 07:19

 

 

 

 

 

부르릉...

키를 꼽고 시동을 건다.

가볍지만 날카로은 쇳소리의 엔진소리가 늦은 밤 다카의 공기를 가른다.

 

싱가폴에어로 밤 10시 40분 비행기로 서울 가시는 손님들을 모시고 다카공항으로 가는 길.

뭐가 이리도 차가 막히는지 오늘밤은 평소하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네 분의 손님인지라 각자의 짐을 챙기느라 다소 지체한 분도 계시고...  그탓에 조금은 늦게

집에서 출발할 수 밖에.

 

시계을 얼핏 보니 9시 20분이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Airport road를 접어드니 이미 차도는 평소보다 많은 차가 경적을 울리며

들판에 소떼처럼 미친듯이 달려간다.

 

출발하여 5분쯤 지난 ...

차도는 정지된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다.

꽉-꽉...

서로 끼어들고 경적을 울리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바늘 하나 꼽을 자리만 있으면 비집고 쑤시고 서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아귀같다.

 

네 분의 손님.. 차안에서 조용하다.

공항에 늦을까 걱정이라도 된 걸까?

혹시.. 비행기라도 놓치면... 이런 생각을 하느라 조용한???

 

요즘 Airport road에서 다카 외곽으로 빠지는 고가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사구간을 빠져나간다는 게 만만찮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가는 차...

평소엔 10분이면 충분할 공항까지의 거리건만 이러다가 언제 공항에 도착하나 싶었으니 당연히

조용할 법 하다.

 

에어컨 바람소리만 들리는 차안의 침묵을 깨고 한 분이 내게 말을 건다.

 

"방글라데시에 인프라 투자가 별로 없지요?"

"요즘은 이 나라 정부에서도 그것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거 같은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나요?"

 

다른 분들은 조용히 침묵의 시간이다.

금값이 비싸니 침묵으로 금이라도 만드시려나..?

 

이리 비비고 저리 비벼서 혼잡한 구간을 겨우 빠져나왔다.

이제 좀 밟아봐...? 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엄청난 비가 퍼붓는다.

윈도우 와이퍼가 덜컥덜컥.. 쉴 새 없이 유리창을 훑고 지나지만, 그래도 앞이 잘 안 보인다.

넘어진 놈 밟고 가는 것도 아니고.. 거참~ 시간없다 싶으니 이젠 하늘까지 협조를 안 하는군.

그랬거나 말았거나 안전하게 공항까지 가야하는.

 

 

다카공항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뭐하는 군상들인지 환송하려는 사람들과 환송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들로

뒤엉킨 다카공항은 항상 2호선 신도림 전철역을 생각나게 한다.

 

"잘 가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여행이 되십시오"

"정말 편하게 잘 먹고 잘 지내다가 갑니다"

 

수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 핸드폰에 시계를 보니 9시40분.

출국심사받고 뭘 하든 조금은 여유로울 시간에 잘 도착한 거 같다.

 

억수같은 비를 뚫고 에어포트로드를 달린다.

여전히 앞이 안 보인다.

이제 5분만 가면 집에 도착한다 조심해서 운전하자.

 

햇볕은 쨍쨍...??  한 밤중이니 그것은 아니고...

집 근처에 오니 비가 그친다. 뚝!!!

어라~?  차도에 물기가 하나도 없다.

불과 2-3분 거리엔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있는데, 여긴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는 건 뭔 경우인가.

 

방글라데시, 다카...

2-3분 거리 저 쪽에는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내리는데, 미친듯이 경적을 울리면서 내 달리는

소떼들로 인해 먼지가 풀풀 날리는 이 쪽에는 아프리카 사파리라도 온 듯한 착각마져 든다.

 

다카는 지금 우기다.

우기때엔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갑자기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질 때가 많다.

오늘 밤 공항에 가는 길이 그랬다.

 

그래서... 지금 다카는 우기다.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