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에 사는 이야기

방글라데시의 릭샤 여행!!!

청호 하우스 2011. 9. 8. 05:06

요즘  차가 없어 이틀간 릭샤를 타고 아침마다 바리다라DOHS를 아이들과 다녔습니다.

차 없이 먼지도 많은데... 위험하고.. 차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마냥 미룰 수도 없고...

만일 차 없는 날이 길어지면 릭샤로 계속 다닐 수도 없고...  어쩌지!!!

하지만 홈스쿨 가기로 결정 했는데 차 없다고 첫날부터 핑계잡아 미루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변상황에 따라 나의 결정을 특히 뭔가 하려던 것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을 될 수 있음 하지말자!

그것이 게으름일 때가 많으므로...!!>라고,

아주 오래 전에 결심을 하였기에 차를 이유로 아이들 홈스쿨 같이 하기로 한 것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싶지 않아 릭샤를 타고 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보았습니다.

 

릭샤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면서도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이들 태우고 가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하는것이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였죠.

또 먼지와 매연으로 건강 특히 비염이라도 걸리면 평생 고생 일텐데...

더운 것은 또 어떻고요..냄새도 심할테고

릭샤왈라와 릭샤비로 실랑이 하기도 싫고..등등

릭샤를 타면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은 수십 가지도 넘어보이더군요.

요즘 릭샤로 다닐 수 없는 도로가 많아서 가는 도중 내려서 길을 건너서 또 다시 릭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러움과 어린 두아이들을 걸려서 가야하는 것이...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염려를 주님께 맡기고 담대히 결행하였습니다.

릭샤를 타던 첫 날은 큰아들만 데리고 갔습니다.

작은아들은 아빠가 사무실에서 놀리기로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참으로 상쾌한 기분 좋은 릭샤 여행이였습니다. 

먼지와 매연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던 것이 아직 이드 휴가중인 사람이 많아 도로가 한산했기

때문이였습니다

또 날씨도 꽤 시원해져 있더군요.

절기는 못 속인다 하더니 한국 추석 언저리쯤 되면  그 전에 아무리 더웠어도 가을바람 선선히불듯

이곳 방글라데시도 그 절기가 해당이 되나봐요...정말 많이 시원해 졌어요.

 

걸어가는 구간도 오솔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길 오른쪽은 호수가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밀려가고 호숫가 주변에 잡초와 나무가

있는데 염소들이 한가로이 그 가운데서 풀을 뜯고 있고, 길 왼쪽으로는 작은 텃밭이 있어 키 작은

야자나무와 가지가 심어져 있으며 박넝쿨도 땅을 기어가며 연한 가지와 잎들을 내고 있더라구요.

 

엄마소와 송아지도 있고... 채 이분도 안되는 짧은 길이지만 시골길을 걷는 한적한 느낌이 드는것이...

울 아들 흥분해서 소리 질러댑니다... "엄마!!! 엄마소 둘..아가소 풀 먹어... 염소도 풀 먹어!! 매애~~~"

하면서...동물 울음소리 흉내도 내고... "엄마 이거봐! 엄마! 저거... "

ㅎㅎㅎ 자연히 제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나가고.. 소풍나온 기분이였습니다.

 

짧은 소풍 나들이 기분내고 다시 릭샤 갈아타고 씽씽 달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는 가로수 감상

하느라 정신 없이 나무들만 바라보았습니다.

'어머!!! 저 나무는 병풍나무..저 나무는 고무나무. 저건 까탈나무..야자수..관음죽..대나무..

소철..망고나무..바나나 나무..수다나무...화수려나무...

(대부분의 나무이름은 제가 그 전부터 나름 지어 부르는 이름들입니다..)

저 나무는 가지가 예술이네.. 저 나무 자태는 참으로 소담스럽고...

어! 저건 시원~~하게 뻗은것이 미류나무 닮았네!! 

저 나뭇잎 무성하고 가지도 엄청 넓게 벌어져 있는것봐... 

저 나무그늘 밑에서 수다떨면 딱이겠는걸..

저 너무는 야들한 것이 봄처녀 닮았고 ..

일렬로 서있는 저 나무들은 병풍같아.. 반대편이 전혀 안보이는군.. ' 등등..

나무마다 꽃마다 너무도 황홀하여 릭샤타고 씽씽 지나가는것이 안타까울 뿐이였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보고 싶은데... 지금도 그 나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뭐야!!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해버렸네...

 

집에오는 길도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땀을 식혀주는 한적하고 나른한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 처럼 행복하였습니다.

 

이틀째...둘째 아이와 미띠까까지 릭샤에 태우고 4명이 출발했습니다.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가는 곳 마다 두 아이들의 흥분된 외침에 사람들이 돌아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주고

자기들 끼리도 우리를 보며 즐겁게 수다를 떨어댔습니다.

 

릭샤타고 가다 두번이나 모자를 떨어뜨려 릭샤왈라가 릭샤를 멈추고 주워다 주었어요.

그런 우리를 보며 주변에 사람들이 나와 아이들에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어주고...

우리가 마치 웃음 바이러스를 뿌리고 지나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특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말 할 수 없이 선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환한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평소의 무심하고 황량해보이는 얼굴이 아니였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도 사심 없이 그들과 같이 웃을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그들과 진정으로 함께 웃어본적이 있었던가... 

나를 향해 항상 무엇인가를 얻으려고하는 번들거리는 그들의 눈을,

그들의 내민 손을 보면서 그렇게 웃을 수는 없었죠.

 

처음으로 그들과 마음과 마음이 하나되는 교감이 있었던듯 하네요..

갑자기 벙글라데시에 사는것이 조금은 더 행복해진 느낌이 들고...

릭샤타고 오후에는 치킨집에 가서 아이들 놀리고 사슴이 있는 공원에도 걸어서 다녀왔답니다.

 

지금, 아이들은 이틀간의 릭샤 여행을 마치고 피곤한지 잘 자고 있어요.

나는 기쁨과 감사함으로 행복한 이 시간들을 글로 기억하고

또 마음 한가득 벅차오르는 행복함에 잠못 이루고 있답니다.

 

<릭샤타고 다니길 참 잘했지? 

괜히 해보지도 않고 걱정만 앞섰었네..

두려움에 물러섰으면 아무것도 얻지못했을 것을...

홈스쿨에서 조금씩 배워가며 배우는 것 보다 더 예쁘게 변해가는

아이를 보는 즐거움을 얻는것도 더 늦어졌거나 어쩌면 없었을지도 몰라... 

사람이 처음 시작을 못하고 미루게 되면 아예 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포기 했을지도 몰라...>

라고 혼자 이틀간의 릭샤여행을 택한 나의 탁월한 선택에 만족해하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방글라데시 오시면 릭샤여행 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그집앞 - 연주곡(풀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