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에 사는 이야기

디나즈뿔에 여행 다녀왔어요(1)!

청호 하우스 2012. 1. 20. 23:59

 

 

 

제가 방글라데시에서 13년째 살고 있지만 방글라데시의 여행지를 다녀온 적은 손가락으로 꼽습니다.

하하!!  제가 워낙 어려서는 여행을 좋아해서 안다녀 본 산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는데, 이 땅에 온 뒤로는

별로 관심이 안가더라고요.  이 나라에 산이 없잖아요!!  물론 산이 있는 랑가마티는 몇년 전에 다녀왔죠..

하여튼 등산과는 개념이 틀리다 보니 잘 안다녀지고 열악한 교통 환경으로 더욱.. 움츠러들게 되더라고요.

 

그런 제가 지난 연말에 3박4일로 디나즈뿔에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유명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아시는 분이 그 곳에 살고 계시는데 함께 홈스쿨링 하는 댁이 가신다고 해서 저도 아이들 데리고 놀러갔습니다.

가고 오는데 8시간씩 걸렸습니다.  RAJSHAHI DIVISION에 위치해 있는데 아주 깡(?)시골입니다.

그러니 그 8시간동안 그냥 차만 타고 간다면 지루하겠지요. 

그러나 힘은 들어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탕가일 지역은 유채꽃이 만발했습니다.  그 노~란 꽃들은 장관이였습니다. 

차 창문을 열면 향긋하고 달콤한 유채꽃 냄새가 나른한것이 기분을 좋게해줍니다.

대부분의 논에는 추수가 끝난 상태여서 짚단이 쌓여있고 집 마당과 넓은 공터에서 벼를 말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못자리에 푸릇푸릇한 모가 자라고 있고 일부 부지런한 농부의 논에서는 모내기를

하고 있었으며 이미 모내기가 끝난 논도 더러 보였습니다.

 

참 희안하다!!  금방 추수 끝난것 같은데 그 사이 모내기가 끝난 논도 바로 옆에 있으니...

이 나라가 삼모작 사모작도 가능한 나라라는 것이 정말 실감나는 광경이였습니다.

그리고 산도 없이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를 바라보며 지평선을 가늠해 보는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두 꼬맹이들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집이나 어느 논이나 소와 염소가 있어 그것 보느라 지치지도 않더라고요.

또 바나나 나무들은 얼마나 많은지..  우리나라 시골집 앞에 꼭 빠지지 않는 나무가

감나무라면 이 나라의 시골집 앞에 꼭 빠지지 않는 나무는 바나나 나무더라고요.

바나나가 아주 작지만 달려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신기해서 "바나나다!" 라고

소리치고..  하여튼 차 안이 계속 시끌벅적했습니다.

(부모는 이 재미로 힘들어도 어린 꼬맹이들 데리고 여행하나 봅니다. 하하하!!)

 

끝도 없이 펼쳐진 유채밭과 논밭 구경하며 향긋한 냄새에 취해 탕가일 지역을 지나

조무나 강에 놓여진 그 유명한 조무나 다리를 건넜습니다.

한국의 현대건설이 만든...  덕분에 조무나 다리 전후의 도로 상태도 훌륭하여

생각보다 자동차 여행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요즘 조무나 다리 상태가 좋지않아 보수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다리 공사는 잘 했는데 유지 관리가 잘 안되는 것이.. 과적차량때문에....

 

조무나 다리를 건너 약 20분정도 달려 작은 식당(Acrobat Restaurant) 이 하나 나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갈때는 1층에서 먹었는데 맛이 별로 없었고...

올때는 2층에서 먹었는데 LUCHI 라는 빵과 기본 야채 볶음을 시켜 빵에 싸서 먹었는데..

정말 맛이 괜찮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이 빵과 야채볶음이 생각날 정도로...

 

점심 먹고 출발하여 보그라를 향해 갑니다.  보그라는 스윗 도이(달콤한 요구르트)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가면서 시장이 나오면 보그라 도이를 사기 위해서 몇 번이나 차를

세우곤 했습니다.  미스띠 가게에서 보그라 도이를 사고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렸습니다.

Rangpur로 가는 길로 보그라를 지나 디나즈뿔을 지나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Rajshai 시골이 나타났습니다.  아침 9시반에 출발 오후 5시반 정도에 도착했습니다.

 

얼마나 시골인지.. 그 일대는 전기도 잘 안들어오고 가스도 들어오지 않으며 동네의 집들은 대부분 흙으로 된 집들이였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교회인데 마당에 방글라데시 방식의 아궁이가 있어 나무로 불을 피우며

하루종일 소뼈로 탕을 끓이고 감자를 삶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한 그 날 한국식 아궁이를 만들었더군요.

 

7시경 정겨운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몹시 추웠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전기장판을 가지고 갔는데 다행이

교회에는 약하나마 전기가 들어와 덜 춥게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우리 꼬맹이들은 하루 종일 동네에 돌아다니며 형들과 흙장난, 소 돼지 염소 구경하고

밥도 먹이고 함께 장난치며, 닭이 나타나면 잡는다고 뛰어다니고, 엄마개가 잠시 외출한 틈에 길에서

크는 강아지들 데려와 안고 다니고 밥주고...  얼마나 잘 노는지 다카에서 집에서 놀면서 쌓인 스트레스

다 날리고 왔습니다.

다들 가축들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지만 왜 그렇게 가난한지..  동네 아이들이

그 추운 날에도 제대로 갖추어 입고 있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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